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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이야기 1. 출장 첫 주(2008.8.31~9.5) :: 2010/06/24 19:00

2008년 뉴욕과 파나마 이야기를 겨우 정리했으니, 이제 두번째 출장지인 인도네시아에서 보낸 2주간을 정리할 차례이다. 헉...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결국, 이 블로그는 블로그라기보다는 나의 정리창고나 마찬가지.

2008.08.31(일)~2008.09.02(화): 라마단의 시작, 썰렁한 자카르타

9월 1일부터 자카르타에서 교육이 있어서 8월 31일 주일예배를 마치고 인도네시아로 날아갔다. 가까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한항공 직항편으로 꼬박 7시간이나 걸렸다. 첫날 밤엔 첫 번째 출장 때 만난 동료들과 오랜만에 재회하는 반가운 시간을 가진 후 바로 잠이 들었다. 포시즌 호텔은 처음 가보는데, 객실도 넓고 식당도 많고 지내기 좋은 곳 같았다.

9월 1일 교육을 마치고 처음 맞이한 저녁, 라마단이 시작되는 날이라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았다는 말에, 함께 훈련 받는 분과 그냥 호텔 안에서 저녁을 때웠다. 그래도 뭔가 아쉬움이 남아 택시를 타고 Grand Indonesia라는 큰 Mall에 가서 기념품들을 좀 샀다. 인도네시아에서 2주간 지내면서 느낀 건데 여기는 정말 크고 고급스런 쇼핑센터가 많고, 쇼핑 뿐 아니라 레져까지 즐길 수 있는 독특한 Mall도 많은 것 같다. 호화로운 곳이 너무나 많아 자카르타에서만 지내면 인도네시아가 우리나라보다도 잘 사는 나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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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 저녁엔 일본에서 온 요시에 씨도 합세하여 택시를 타고 Vintage Collection Street라는 곳엘 갔는데, 어느새 노점상들이 파장분위기라 별로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대나무 바구니, 대나무 의자 외에는 살 것이 없었다. 결국 구경은 포기하고 고픈 배나 채울 겸 KFC에 들어갔는데 그 안에 SWENSENS라는 이름의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인도네시아식 패스트푸드점인 것 같은데, 왜 KFC안에 들어 있지? 아무튼 여기서 나시고랭(인도네시아식 볶음밥)을 먹었는데 한국볶음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맛있게 먹었다.

2008.09.03(수): Anna와 함께 인도네시아 음식 체험, FX Mall 구경

전날 저녁 함께 Training을 받던 동료의 부인 Anna와 친해졌다. Anna는 나와 나이도 같고 상냥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수요일 저녁에 다른 동료들은 다 술을 마시러 가고 나는 Anna와 Jalan Kemang의 Kemang Food Festival이라는 푸드코트에 가 보았다.(대략 짐작컨대, Jalan은 Street라는 말인 듯.) 이 곳에서는 이태리, 일본, 중국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팔고 있었다. 우리는 문화 교류 차원에서 서로의 나라의 음식을 대접하기로 했다. 아나는 나에게 인도네시아식 볶음밥인 나시고랭을 사 주고 나는 아나에게 볶음밥/오징어볶음/잡채/불고기가 짬뽕된 한국식 콤보세트를 대접했다. 그렇지만 결국 내가 한국 음식을 많이 먹었고 아나가 인도네시아 음식을 많이 먹었다. 둘 다 맛있었긴 정말 맛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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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mang 에서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은 우리는 FX mall로 향했다. 여기는 쇼핑보다도 견물 꼭대기부터 1층까지 나선형으로 이어진 초대형 미끄럼틀이 유명한 곳. 나는 치마를 입었고 아나는 겁이 많아서 둘 다 도전해 보지 못하고 열심히 다른 관광객들이 미끄럼 타는 것만 보다 돌아왔다. 아쉽..ㅠ.ㅠ

대신 이 곳에서 한 쪽은 별 모양, 한 쪽은 초승달 모양인 예쁜 은귀걸이를 십만루피에 건졌다!! 라고 생각했는데 귀걸이가 은이 아닌 것 같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완전 쇳덩이 색깔에 큐빅도 다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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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4(목)~2008.09.05(금): 아무데도 나가지 않고 호텔에 콕

파나마에서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고 자카르타에서도 자주 대화를 나눈 나디아. 목요일 아침에 로비에서 만나 서로 사진을 찍어 주었다. 포시즌 자카르타의 당시 테마는 "이집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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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 첫 주 교육을 모두 마치고 혼자서 호텔에서 쉬었다. Hotel의 The Bar에서 멋진 재즈밴드의 공연이 있었다. 나도 신청곡을 하나 냈는데(L.O.V.E) 밴드가 멋지게 연주해 주었다. 신청곡을 낸 것을 계기로 연주가 끝난 후 싱어인 룰루와 건반을 맡은 뽀뽀(Popo)와 친해졌다. 여기 자카르타에서는 레스토랑, 호텔, 등 여러 곳에서 재즈밴드를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연주하는 곡들이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뿐이어서 참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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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 20080712-밤 혼자 걷기 :: 2010/06/09 10:54

UN 빌딩에서 걸음을 돌려 1st Avenue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50st Street에서 다시 좌회전하여 서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중간 목적지인 유엔빌딩은 너무 늦게 도착해서 제대로 볼 수 없어 실망스러웠지만, 최종 목적지인 록펠러센터에서는 그래도 아름다운 뉴욕의 야경을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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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번가의 1Ave와 2Ave 사이에는 조용하고 아담한 아파트들이 많았다. 맘에 들었다. 누가 나에게 한 채만 주면 좋겠다.

50st와 2Ave 모퉁이에는 또 이렇게 이쁜 꽃집이 있었다. 형형색색 꽃들이 너무나 예뻐서 한참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꽃 집에서 먹을 것도 파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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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블록을 더 걸어가니 5Ave.50st. 에 유명한 세인트 패트릭 성당이 있었다. 어두운 데다가 공사 중이어서 역시나 큰 감흥은 받지 못했다. 사실 그 밤에 뭘 봐서 좋은 것은 별로 없었고, 그냥 혼자서 걷고 있다는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맨해튼에선 밤에 한적한 곳을 혼자 걸어다녀도 별로 무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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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펠러 방향으로 좀더 걸어가면서 Saks Fifth Avenue의 루이비통 디스플레이를 볼 수 있었다.

지구본은 늘 받고 싶은 선물 중 하나. 힘들거나 우울한 일이 있을 때, 지구본을 바라보면 내가 사는 좁은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난 항상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이런 지구본이라면, 난 보면서 무슨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래도 하얗고 매끄러운 지구본 표면이 왠지 매혹적이어서 한참을 처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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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록펠러 센터에 도착.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들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였던 프로메테우스를 볼 수 있었다. 겨울이었다면 그 유명한 트리와 아이스링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렇게 노천 까페에 앉아 차를 마시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왠지 나까지 여유로워지는 기분이어서...^^

잠시 1층에서 쉰 후 록펠러 전망대에 올라가 맨하탄의 밤풍경을 내려다 보았다. 뉴욕의 야경을 제대로 찍은 멋진 사진들이 인터넷에 넘쳐나는데, 굳이 내가 카시오 똑딱이로 찍은 후줄근한 사진을 올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다른 사진들도 사실 마찬가지지만, 야경 사진은 더욱 더 심하다.

사실 사진도 사진이었지만, 전망대에 올라가서 내려다본 뉴욕의 야경은 생각보다.....
그냥 생각만큼이었다. 뭔가 "실제로 보니까 상상하던 것 이상이던걸?", 이런게 없었다. 엽서나 티비 화면으로 보던 모습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약간 덜 화려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뉴욕 야경은 배를 타고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는 게 더 아름다운 것 같고, 전망대는 이른 새벽 해 뜰 때 올라가는 것이 훨씬 좋을 듯 하다.

전망대를 밤에 갔더니 센트럴 파크는 그냥 움푹한 구덩이로 보이고, 모처럼 내려다 보게 된 도시의 윤곽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새벽녘에 올라가 강과 바다를 물들이는 붉은 태양을 맞이하고, 잠에서 깨어나는 센트럴 파크를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다면 정말 멋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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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는 길. 주요 관광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마차도 있었고, 버스파티를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버스 파티를 뉴욕에서도 할 수 있는 줄은 몰랐다. 이용객들은 대부분 라틴계 사람들. 특정 국가의 문화가 아니라 특정 민족의 문화인건가?

밤이 깊어서야 끝난 혼자만의 산책을 끝으로 2주간의 일정을 마치게 되었다. 다음 날은 피로를 풀고 바로 공항으로 직행했기에 아무런 기억이 없다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수면욕을 이기지 못하더라.

그래도 뉴욕에서 보낸 두 번의 밤을(파나마 가는 길에 1박, 파나마에서 돌아오는 길에 1박) "환승 목적으로 잠시 다녀간 관광객" 수준에서는 꽤나 알차게 보낸 것 같다. 센트럴파크에서 자전거 수레도 타보고,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도 감상하고, 브루클린까지 다녀오는 씨티투어 버스도 타보고, 현지의 교회에서 예배도 드리고, 센트럴 파크에 다시 갔다 소나기를 흠뻑 맞기도 하고, 혼자서 몇 시간이고 걸어보며 도시의 이곳 저곳에서 다양한 향기를 맡기도 하고....사실 이런 경험을 짧은 시간에 다 할 수 있었던 건, '잠깐 다녀가는 것이니 최대한 많은 것을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뮤지컬 티켓을 비롯한 각종 관광요금을 아끼지 않았던 덕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다른 여행지에서 몇 주는 넉넉히 지낼 수 있는 돈을 뉴욕에서의 이틀밤에 쏟아부은 게 조금 후회스러울 때도 있지만, 뭐 어떤가. 이런 여행도 있고 저런 여행도 있는 것이니 가끔은 알뜰한 여행 대신 소모적인 여행을 할 때도 있는 것이다....라고 생각해 본다. 그렇지만 한동안 카드 대금 갚기가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이 도시의 첫인상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나같이 잠깐 지나가는 사람 말고 오래 머물러야 하는 사람에게도 매력적인 곳일지 궁금하기도 했고.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여유롭게 시간을 내서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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