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플로레스 갑문을 뒤로 하고 쇼핑하러 가는 길. 고등학교 운동장쯤으로 보이는 곳에서 청소년들이 열심히 축구를 하고 있었다. 사진에선 잘 안 보이지만...얘네들 다리가 참, 길고 곧다. 너무 부러운거지~
처음 도착한 쇼핑 장소는 좀 외진 곳에 있었다. 나름 전통적, 재래시장적인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한 목조 상가들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는 곳이었다. 우리는 저 노란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쇼핑을 했다. 파나마 햇을 사고 싶었지만, 자주 쓸 것 같지도 않은데 20~30불이나 주고 살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참, 파나마 화폐는 공식적으로는 '발보아'(PAB)이지만, 발보아와 달러와의 교환 비율이 1:1로 고정되어 있고 실제로 통용되는 지폐는 전부 USD이다. 동전은 자체적으로 만들어 쓰기도 하지만, 어쨌든 전혀 환전이 필요 없었다. 어디서나 미쿡돈 받아요~~이 가게에서 흰 상의를 하나 샀는데 나름 순면이고 라틴 아메리카적 느낌도 나서 맘에 들었다. 다음날 놀러다닐 때 입고 다님.
여기서 쇼핑을 마친 후에는 아마도르에 있는 신식 쇼핑전문점으로 옮겨서들 쇼핑을 했는데 먼젓번 가게보다 가격이나 품질이나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난 흥미를 잃고 혼자 경치 구경을 시작.
파나마 시티에서 태평양 쪽으로 길게 뻗은 아름다운 도로 아마도르. 좌우로 푸른 바다를 볼 수 있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인데 아쉽게도 버스를 타고 다니느라 그 멋진 광경을 제대로 찍을 수 없었다. 아쉬운대로 요트가 많이 정박해 있는 선착장 가에 앉아 파나마 시티를 바라보는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파나마 시티에는 북미 지역처럼 화려한 스카이라인이 존재한다. 하긴 아메리카 대륙의 물류 중심지인데 뭐.....달러를 주로 쓰는 것도 그렇고, 이런 모습을 봐도 그렇고 파나마가 얼마나 미국적이고, 미국의 영향 하에 있는지를 계속 느끼게 된다. 콜롬비아의 한 주였어야 할 이 곳이 독립국가가 된 것도, 운하로 이익을 보려는 미국의 전략 덕이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처음 가본 라틴아메리카에 속한 나라인데, 전혀 '라틴'적인 느낌을 받지 못했다는 것. 뭔가 남미도 아니고, 미국도 아니고 어정쩡한 그런 느낌이 전부였다. 그렇지만 뭐.....도시 자체는, 먼 발치에서 바라보니 아름다운걸?
그런데 날씨가 점점 흐려지더니 천둥번개와 함께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아쉬운 마음으로 아마도르를 떠났다. 이 아름다운 도로에서 자전거 한 번 타보지도 못하고...아쉽구낭.....에효.
오후 늦게 들어선 곳은 파나마의 올드타운. 올드 타운도 정확한 생성 시기에 따라 두 곳 정도로 나뉘는 것 같기는 하던데...아무튼 그냥 올드타운이라는 것밖엔. 만약에 언젠가 중남미 여행을 하게 된다면, 반드시 스페인어는 배워두고 와야 할 것 같다. 트레이닝 받을 때야 다들 영어를 썼지만 놀기 시작하니까 모두 스페인어로 떠드는 통에 도무지 상황을 판단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오랜 세월의 흔적을 담은 이 지역의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허름하게 스러져 가는 집도 있고, 여전히 예쁜 빛을 간직한 집들도 있었다.
이렇게 사연 있어 보이는 계단도....
더 사연있어보이는 폐허도, 사람들이 밥을 먹고, 빨래를 하는 실제 삶의 터전 속에 함께 존재한다.
잠시 들어가본 성당 내부. 아마 겉에만 금인 것 같았다. 이 성당과 관련된 파나마의 역사를 뭐라뭐라 설명하는 듯 했으나....역시 ㅠ.ㅠ 못 알아듣고. 확실히, 내가 계획하고 온 여행이 아니라 출장 중 동료들 따라 잠시 나온 투어라 '여행'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민망할만큼 설렁설렁 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 온 목적이 여행이 아니었던만큼, 크게 욕심을 낼 필요는 없다고 스스로를 위안하기로 했다. 출장 전에 예습하고 서울 업무 마무리하느라 얼마나 바빴는데.... 관광지 사전 조사까지 할 시간은 아예 없었다. 언젠가 여유로운 마음으로 혼자 파나마를 다시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안 가본 곳을 다시 가는 것도 좋지만, 대충 지나쳤던 곳을 여유롭게 다시 즐기는 여행도 나는 아주 좋아하니까.
이동 중에 보게 된 아메리카 다리. 뭐, 그닥 큰 감흥은 없었다.
대충 지나친 대통령궁. 걸어서 세계 속으로 파나마편 보니까 여기 학도 살고 그러는 것 같은데. '내려 달라'라고 말할 용기도 없어서 그냥 사람들을 따라 지나쳐 이동할 뿐이었다. ㅠ.ㅠ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파나마에서 가장 유명한 성당(인 듯 여겨지는), Metropolitan Cathedral. 음....
내가 이 건물을 한참 바라보는 동안, 동료들은 성당 근처의 에메랄드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에메랄드로 된 전갈? 인듯...여기서 쫌 유명하다고.
사실, 말만 박물관이고 결국 여기도 에메랄드를 쫌 전문적으로 파는 금은방이나 다름없었다. 내 관심을 끌 리 만무한....살 수도 없는 걸, 왜 보나?
보석보단, 박물관 한 켠에 걸린 이 그림이 그나마 볼만했다.
투어가 끝날 쯤에나 겨우 그친 비. 메트로폴리탄 성당 앞의 정원수들이 물기를 머금어 신선하다. 이름 모를, 너덜하게 생긴 저 꽃도 괜히 이뻐보이고...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호텔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나름 전망 좋은 곳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나 배터리가 닳아서 눈으로만 담았다. 파나마 시가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그 업타운에는, 참 좋은 집들이 많더라. 부자는 부자동네에 산다. 어느 나라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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