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뉴욕에 가게 된 이유
7월 초에 파나마에 출장을 가게 되었다. 인천에서 파나마로 가는 직항이 없어서 어딘가를 경유해서 가야만 했는데, 마침 작년에 귀찮은 절차를 다 밟고 미국 비자를 받아놓은 터라 대한항공으로 뉴욕까지 가서 콘티넨탈 항공으로 갈아타고 파나마로 가는 route를 선택하게 되었다.
미국 어느 도시를 경유하든 인천에서부터 기본 12시간이 넘는 비행을 하게 될텐데 내리자마자 또 파나마까지 몇 시간의 비행을 하는 계속하는 것은 너무 피곤할 것 같았다.
작년에 LA 다녀올 때 직항을 못 타고 UA 나리타 경유편을 이용했었는데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너무 지쳐서 나리타 공항에서 굉장히 추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던 기억을 되살리니 더더욱.....잠깐 미국에서 쉬고 구경도 하면서 재충전을 한 후 비행기를 타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은 비행기만 갈아탈 때도 짐 다 챙겨서 나온 다음에 다시 수속해야 하고 어차피 번거로우니까.
애틀란타 경유가 가장 빠른 노선인 것 같긴 했지만, 잠시 쉬고 갈 생각을 한 이상 경유지는 뉴욕으로 정했다. 나중에 본격적으로 뉴욕 여행을 해보고 싶은데, 그 전에 잠깐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고...(애틀랜타 볼 것 없다는 용주의 말도 큰 영향을...)
그래서 뉴욕 경유를 결심하고 이리 저리 표를 찾아보니 의외로 애틀랜타 경유편보다 싼 비행기를 찾을 수 있었다. JFK로 들어가서 Newark로 나와야 하는, 언뜻 보면 복잡해 보이는 일정이지만, 어차피 나왔다 들어갈 건데 뭐... 공항 두 개 구경하면 더 좋지.
자발적으로 24시간 이상의 stop over를 하려고 하면 요금이 비싸질 수도 있으니까, 갈때 올때 각각 21시간 정도씩 뉴욕에서 머물며 가볍게 쉴 수 있도록 여정을 짰다.
2. KE081편으로 JFK 도착, 윌리엄스버그 다리 건너 맨하탄으로
6월 28일 토요일, 새벽까지 6월 Finance Closing을 하고 집에 가서 50분 정도 자고 일어나 11시 비행기를 탔다. 업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환송하며 태워 보냈던 KE081편을 내가 타니 기분이 좀 이상했던....
대한항공 국제선은 처음이었다. 당연하지, 개인적으로 국제선은 항상 가장 싼 할인항공을 이용했었기 때문에 대한항공 뉴욕직항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출장이니까 가능했던 일...
미주노선은 다른 노선에 비해서 기내서비스도 훌륭하고, 개인모니터도 다 달려 있었다. 비빔밥, 비빔국수도 맛있었고...유니폼도 이쁘고. 아무리 생각해도 대한항공은 유니폼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듯.
평소 거래가 있던 공항 관계자 분의 도움으로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는 비상구쪽 통로 좌석에 앉을 수 있어서 몸도 그런대로 견딜만 했다. 그런데 다들 비상구 쪽 좌석이 편하다고들 하는데 나는 이것저것 시키는 것도 많고 앞이 휑하니 뚫려 있어서 왠지 약간은 불편한 느낌이었다.
지루하기만 할 뻔 했던 여행 중에 만난 작은 선물은, La vie en rose!! 한 번 보고 잊을 수 없을만큼 좋아서 돌아가는 길에도 같은 영화를 또 보게 되었다.
채울 길 없는 결핍 속에서 나고 자란 에디뜨. 결핍 속에서만 피어날 수 있는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으로 해결할 수 없는, 근원적 결핍으로의 회귀......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담은 음악.
그런데 그녀는 정말, 후회하지 않았을까?
6월 28일 정오를 살짝 넘긴 시간 JFK 도착, 19$를 내고 수퍼밴을 타고 맨하탄으로 들어갔다. 퀸즈 어딘가쯤일 것 같은 변두리 지역을 지나 윌리엄스버그 다리를 건너서 맨하탄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다리 건너로 물 위에 둥둥 떠있는 그 섬을 봤을 때의 느낌은, "영화랑 똑같다!!"는 것.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화려한 위용을 자랑하며 나타난, 많은 사람을 설레게 했던 바로 그 섬이 눈 앞에 있었다. 화면에서 익숙하게 접하던 여행지에 직접 찾아가면 생각보다 초라한 모습에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여기선 전혀....똑딱이는 액정이 고장나고 달리는 차 안이라 제대로 찍을 수 없어 아쉬웠다. 대신 maps.google.com에서 윌리엄스버그 다리 위에서 바라본 맨하탄 풍경을 퍼왔다. 나 구글 지도 서비스 정말 사랑한다.
내가 탄 수퍼밴(이름만...걍 여러 사람 모아서 수송하는 봉고다.)은 다운타운 이곳 저곳을 지나 손님들을 각자의 호텔로 내려주고 있었다. 뭐든지 다 이뻐보이더라...맨하탄으로 들어가는 관문에서부터 오길 잘했다는 생각과 설레임으로 마음이 뿌듯해졌다.
3. 숙소 도착, 호텔 주변
우여곡절 끝에 구한 숙소: 6월 28일 아침 비행기를 타야 했는데, 6월 27일까지도 회사 일이 너무나 많아서숙소를 구하지 못했다. 같은 사무실에 계시던 재신 샘이 보다 못해 숙소를 함께 알아봐 주시기 시작했고..(쌤, 감사). Priceline에서 Soho에 있는 Hoiday Inn을 220$까지 Bidding 했는데 입찰에 실패한 것 같아서 교통이 좋은 것 같은 Manhattan Broadway Hotel(west 38th St. 7th ave와 8th ave 사이)을 예약하게 되었다. 예약할 때 봤던 사진들은 대략 이랬다.
뭐 작지만 나름 깔끔하고 귀여운 건물에 방도 아늑하네...하고 생각했었다. 사실 숙소따위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실상은....이랬다. 안 그래도 이름 없는 호텔이라 수퍼밴 기사는 엉뚱한 데 내려주고, 트렁크 끌고 겨우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이렇게 허름한 건물이 떡, 버티고 서 있었다. 방도 창문 열면 옆집 벽이었고(그래서 저 위 사진에 저렇게 창문을 막아놓은 것임.) 구조는 사진과 같긴 한데 조명이 훨씬 칙칙하고 위생 상태가 엉망이었다. 이 때 카메라에 문제 있어서 호텔 사진 하나도 못 찍었는데, google 지도서비스 덕에 위의 그림을 건질 수 있었다.
장점은 딱 두 개. 무선인터넷 잘 되고 위치가 아주 좋다. 타임스퀘어나 센트럴 파크 걸어가기는 괜찮았다..... 그러나, 지불한 가격을 생각한다면...
역시 뉴욕은 뉴욕. 후지고 비싸다. 뭐 그래도 재신 샘 아녔음 길바닥에서 잘 뻔 했는데...이게 어디야.
청소 끝날 때까지 나가 있으라고 하기에, 깨갱...하고 나갔다. 오후 3시까지 근처의 조그만 전자 상가에서 필요한 물건을 샀다. 130$에 이쁘장한 빨간색 카시오를 건진 것은 좋았는데, 여기서 산 불량 돼지코 때문에 나중에 파나마에서 노트북이 고장났다. 나중에 다른 건 다 복구되었는데, 10GB에 가까운 실크로드 사진은 죄다 날려버렸다. 중요한 것은 블로그에 잘 남겨두었지만....그래도 짜증이 솟구칠 수밖에.카메라 산 후 휴식을 취했던 스타벅스. 나름 미국 스타벅스는 처음이었는데, 하필 이 지점은 불친절하고 비위생적이었다. 그 때 사진은 안 찍었었는데 기억을 되살려 구글맵에서 정확히 그 스타벅스를 찾아낼 수 있겠다. 주소 보이죠? 가지 마셈...
4. 센트럴 파크, Time Warner Center
다시 돌아온 숙소에서 한국분 두 명을 만나게 되서 짐 풀고 오후 일정은 같이 보내게 되었다.
타임스퀘어는 얼른 지나가고, 첫 시작은 센트럴 파크에서....하루만 묶는 여행이고 심신을 지치게 할 출장일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만큼, 이번 여행은 돈을 아끼지 말고 즐기자는 마음을 먹었던지라 큰맘 먹고 러시아 청년이 자전거로 끄는 수레를 타고 센트럴 파크를 구경했다. 이 분수가 유명하니 구경하라고 내려줬는데...이름이...뭐였더라..^^;; 아!! 베데스다 분수.(네이버에서 발견) 센트럴 파크에선 다양한 Performance도 볼 수 있고,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날씨가 흐렸다, 맑았다 좀 이상하긴 했지만, 그래도...아...좋다...녹색. 물론 사진엔 그 녹색이 안 나오지만....사진 배우자 사진!! 쫌!!
공원 한구석에 자리한 스트로베리필드는 존 레논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소인 듯 했다.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기이한 모습으로 사색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어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왠지 그러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IMGINE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조그만 원 주변에는 예쁘게 장미꽃잎들이 내려앉아 있었다.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한 비 때문에 결국 자전거 수레?로 돌아갔다. 이건 뭐 사람이 끄는거니 마차라고도 할 수 없고.....비를 피하라고 비닐 커버를 덮어주었는데 본인은 비를 고스란히 맞으면서 페달을 밟는 뒷모습이 안쓰러웠다. 1달 전에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다는 그는,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니 자기 핸드폰을 반갑게 내밀며 "쌈쑹, 쌈쑹"을 외쳤다....ㅋ...귀여워.
저녁은 time warner center의 부페식 푸드코트에서 해결!! 아저씨들이 사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 좀 죄송하기도 하고....같은 건물에 있는 서점에서 책 구경도 한참 했다.
이번엔 미술관 갈 시간은 못내는 짧은 여행이라 좀 아쉬웠는데, 이렇게 서점 앞에서 인상적인 작품을 만나 사진도 찍게 되고!!^^(아마도 데이빗 보위의 얼굴인 듯 하다.)
Time Warner에서 바라다 보이는 Columbus Circle
타임스퀘어에서 뮤지컬을 보러 가는 길. 옐로캡과 관광객으로 사정 없이 붐빈다. 보통 어떤 도시를 방문하면 사진이나 TV로 봤을 때보다 이국적인 느낌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뉴욕은 거리 어디를 다니든지 "아, 여기가 정말 뉴욕이구나.."하는 느낌을 계속 받게 된다. 그래서 너무 너무 좋았다. 그 이방인 같은 느낌이.
(좌)안찍고 넘어가긴 괜히 섭섭한 타임스퀘어..뭐, 그냥...LG 광고판이 더 크네. 정도?였다. 낮에는.
(우)시카고를 상영하고 있었던 극장.
극장 안은 생각보다 작았다. 여기서 바로 그 시카고를 보게 되었다. 아무 계획 없이 오게 된 곳에서 우연히 만난 분들 따라 보게 된 뮤지컬이었는데, 안 봤으면 어쩔 뻔 했나 싶을 정도로 멋진 시간이었다.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했지만, 전혀 아깝진 않앗다. 멋져멋져. 전 세계에서 멋진 사람들은 다 여기 모아두었나 싶을 정도로 모두가 빛났다. 엑스트라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극장 앞에서 찍은 사진은 많았지만...
내가 나온 사진들은 몰골이 다 추레해서....올릴 수가 없다.ㅠ.ㅠ 앞으론 아무리 새벽까지 야근하고 출장가더라도 꼭 예쁘게 꾸미고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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