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 20080712-밤 혼자 걷기 :: 2010/06/09 10:54

UN 빌딩에서 걸음을 돌려 1st Avenue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50st Street에서 다시 좌회전하여 서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중간 목적지인 유엔빌딩은 너무 늦게 도착해서 제대로 볼 수 없어 실망스러웠지만, 최종 목적지인 록펠러센터에서는 그래도 아름다운 뉴욕의 야경을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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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번가의 1Ave와 2Ave 사이에는 조용하고 아담한 아파트들이 많았다. 맘에 들었다. 누가 나에게 한 채만 주면 좋겠다.

50st와 2Ave 모퉁이에는 또 이렇게 이쁜 꽃집이 있었다. 형형색색 꽃들이 너무나 예뻐서 한참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꽃 집에서 먹을 것도 파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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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블록을 더 걸어가니 5Ave.50st. 에 유명한 세인트 패트릭 성당이 있었다. 어두운 데다가 공사 중이어서 역시나 큰 감흥은 받지 못했다. 사실 그 밤에 뭘 봐서 좋은 것은 별로 없었고, 그냥 혼자서 걷고 있다는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맨해튼에선 밤에 한적한 곳을 혼자 걸어다녀도 별로 무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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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펠러 방향으로 좀더 걸어가면서 Saks Fifth Avenue의 루이비통 디스플레이를 볼 수 있었다.

지구본은 늘 받고 싶은 선물 중 하나. 힘들거나 우울한 일이 있을 때, 지구본을 바라보면 내가 사는 좁은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난 항상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이런 지구본이라면, 난 보면서 무슨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래도 하얗고 매끄러운 지구본 표면이 왠지 매혹적이어서 한참을 처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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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록펠러 센터에 도착.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들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였던 프로메테우스를 볼 수 있었다. 겨울이었다면 그 유명한 트리와 아이스링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렇게 노천 까페에 앉아 차를 마시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왠지 나까지 여유로워지는 기분이어서...^^

잠시 1층에서 쉰 후 록펠러 전망대에 올라가 맨하탄의 밤풍경을 내려다 보았다. 뉴욕의 야경을 제대로 찍은 멋진 사진들이 인터넷에 넘쳐나는데, 굳이 내가 카시오 똑딱이로 찍은 후줄근한 사진을 올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다른 사진들도 사실 마찬가지지만, 야경 사진은 더욱 더 심하다.

사실 사진도 사진이었지만, 전망대에 올라가서 내려다본 뉴욕의 야경은 생각보다.....
그냥 생각만큼이었다. 뭔가 "실제로 보니까 상상하던 것 이상이던걸?", 이런게 없었다. 엽서나 티비 화면으로 보던 모습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약간 덜 화려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뉴욕 야경은 배를 타고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는 게 더 아름다운 것 같고, 전망대는 이른 새벽 해 뜰 때 올라가는 것이 훨씬 좋을 듯 하다.

전망대를 밤에 갔더니 센트럴 파크는 그냥 움푹한 구덩이로 보이고, 모처럼 내려다 보게 된 도시의 윤곽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새벽녘에 올라가 강과 바다를 물들이는 붉은 태양을 맞이하고, 잠에서 깨어나는 센트럴 파크를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다면 정말 멋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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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는 길. 주요 관광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마차도 있었고, 버스파티를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버스 파티를 뉴욕에서도 할 수 있는 줄은 몰랐다. 이용객들은 대부분 라틴계 사람들. 특정 국가의 문화가 아니라 특정 민족의 문화인건가?

밤이 깊어서야 끝난 혼자만의 산책을 끝으로 2주간의 일정을 마치게 되었다. 다음 날은 피로를 풀고 바로 공항으로 직행했기에 아무런 기억이 없다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수면욕을 이기지 못하더라.

그래도 뉴욕에서 보낸 두 번의 밤을(파나마 가는 길에 1박, 파나마에서 돌아오는 길에 1박) "환승 목적으로 잠시 다녀간 관광객" 수준에서는 꽤나 알차게 보낸 것 같다. 센트럴파크에서 자전거 수레도 타보고,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도 감상하고, 브루클린까지 다녀오는 씨티투어 버스도 타보고, 현지의 교회에서 예배도 드리고, 센트럴 파크에 다시 갔다 소나기를 흠뻑 맞기도 하고, 혼자서 몇 시간이고 걸어보며 도시의 이곳 저곳에서 다양한 향기를 맡기도 하고....사실 이런 경험을 짧은 시간에 다 할 수 있었던 건, '잠깐 다녀가는 것이니 최대한 많은 것을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뮤지컬 티켓을 비롯한 각종 관광요금을 아끼지 않았던 덕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다른 여행지에서 몇 주는 넉넉히 지낼 수 있는 돈을 뉴욕에서의 이틀밤에 쏟아부은 게 조금 후회스러울 때도 있지만, 뭐 어떤가. 이런 여행도 있고 저런 여행도 있는 것이니 가끔은 알뜰한 여행 대신 소모적인 여행을 할 때도 있는 것이다....라고 생각해 본다. 그렇지만 한동안 카드 대금 갚기가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이 도시의 첫인상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나같이 잠깐 지나가는 사람 말고 오래 머물러야 하는 사람에게도 매력적인 곳일지 궁금하기도 했고.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여유롭게 시간을 내서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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