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물도를 오르는 길을 처음 맞아준 것은 무슨 종인지 파악하기 너무 어려웠던 백구 한 마리.
섬을 오르는 수많은 손님들을 이 세상이 시작될 때부터 봐왔다는 듯 무심한 그 얼굴...^^
섬을 오르는 길은 처음보다 가파르고 좁았다. 궂은 날씨에 불편한 구두를 신고도 씩씩하게 산을 앞서 오르는 내 여행 파트너~
숨이 찰만 하니 드디어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비록 회색빛 하늘과 섞여 수평선조차 명확하지 않은 바다였지만..그래도 고즈넉한 회색빛이 가진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멀리 동동 떠있는 섬을 예쁘게 사진으로 담고 싶었는데...
한 때는 파도 소리에 엉킨 아이들 웃음소리와 뜀박질 먼지로 북적였을 조그만 분교. 폐교를 알리는 문구와 단촐하고 초라한 학교 건물이 쓸쓸했다. 넓고 푸른 바다가 보이는 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생들은 행복했을까?
애잔한 느낌을 갖게 했던 분교를 뒤로하고 다시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젠 경사는 완만해지고 제법 한가로운 들판이 나타났다. 앞서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수빈이의 뒷모습이 섬과 잘 어울려 한 번 찍어보았다. 왠지, '한 길 가는 순례자'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듯한 사진...
대학 2학년 때 함께 농활가서 양계장에서 낫질을 할 때도, 이번에 여행을 할 때도 느끼는 거지만 수빈이의 많은 매력중 하나가 바로 건강미가 아닌가 싶다...^^* 본받아야쥐~~빠르다 빨라~
4월 21일, 어느새 4월도 하순에 접어들어 동백꽃은 다 지고 없었다. 등산로에 드문드문 꽃잎 흔적으로만 남아있을 뿐...아마 3월 말쯤 왔다면 동백꽃 터널을 지나 산을 오를 수 있었을 듯 싶었다. 그치만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라는 듯 얌전히 꽃잎이 흩뿌려진 오솔길을 걷는 느낌도 운치 있었다.
힘들다고 투덜대면서도 조금씩 천천히 올라오다보니 어느새 분교도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었따. 우와...이곳 아이들은 저런 곳에서 공부했었구나~~~정말 섬마을 분교란 이런거구나!! 이런데 총각 선생 처녀 선생 부임해 왔으면 정말 정이 안 들 수가 없었겠다. 저 멀리 보이는 섬은 대매물도가 아닐지...조심스레 추측해보았다.
눈을 돌리니 저 멀리에 촛대같은 바위섬들이 눈에 띈다. 정확히 몇 개인지 세어보려다가 날씨가 협조를 안 해줘서 포기했다. 넓은 바다에서 저렇게 아슬아슬 초라한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외롭거나 서글프지 않을까 생각하다가도....바위를 보고 초라하다고 느끼는 내가 더 연약한 존재란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드디어 소매물도 정상에 올라 등대섬을 내려다 보게 되었다. 소매물도에서 바라보는 등대섬 경치는 통영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힐만큼 수려하고, 유명하다. 무한한 바다 위에 떠다니는 소인국 같은 등대섬을 바라보니 목석같은 내 마음에도 동화적 상상력이 마구마구 샘솟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그림이라도 한 장 그려서 올걸....하고 후회를 하게 된다. 녹색으로 덮힌 등대섬의 완만한 면은 왠지 올인 촬영장소였던 섭지코지랑 느낌이 비슷했다.
물때를 잘 맞춰서 가면 소매물도에서 등대섬 사이의 바다가 갈라져서 바윗길이 드러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배를 타지 않고 걸어서 등대섬으로 건너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열렸던 뱃길이 다시 닫히고 있었다. 혹시 빨리 내려가면 건널 수 있지 않을까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이미 물이 많이 차서 너무 위험할 것 같아 걸어서 건너가는 것은 포기하기로 했다.
아무리 초췌한 모습일지라도, 여기서 사진 한 장 안찍는 것은 예의가 아닐 것 같아서...-.-;;
함께 정상에(물론 40분 등반길이지만...^^;; 그래도 정상이라규) 오른 기념으로 찍은 사진...좋은 친구와 서울을 떠나 함께 아름다운 경험을 공유하는 여행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는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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