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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 20080712-밤 혼자 걷기 :: 2010/06/09 10:54

UN 빌딩에서 걸음을 돌려 1st Avenue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50st Street에서 다시 좌회전하여 서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중간 목적지인 유엔빌딩은 너무 늦게 도착해서 제대로 볼 수 없어 실망스러웠지만, 최종 목적지인 록펠러센터에서는 그래도 아름다운 뉴욕의 야경을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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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번가의 1Ave와 2Ave 사이에는 조용하고 아담한 아파트들이 많았다. 맘에 들었다. 누가 나에게 한 채만 주면 좋겠다.

50st와 2Ave 모퉁이에는 또 이렇게 이쁜 꽃집이 있었다. 형형색색 꽃들이 너무나 예뻐서 한참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꽃 집에서 먹을 것도 파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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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블록을 더 걸어가니 5Ave.50st. 에 유명한 세인트 패트릭 성당이 있었다. 어두운 데다가 공사 중이어서 역시나 큰 감흥은 받지 못했다. 사실 그 밤에 뭘 봐서 좋은 것은 별로 없었고, 그냥 혼자서 걷고 있다는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맨해튼에선 밤에 한적한 곳을 혼자 걸어다녀도 별로 무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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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펠러 방향으로 좀더 걸어가면서 Saks Fifth Avenue의 루이비통 디스플레이를 볼 수 있었다.

지구본은 늘 받고 싶은 선물 중 하나. 힘들거나 우울한 일이 있을 때, 지구본을 바라보면 내가 사는 좁은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난 항상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이런 지구본이라면, 난 보면서 무슨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래도 하얗고 매끄러운 지구본 표면이 왠지 매혹적이어서 한참을 처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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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록펠러 센터에 도착.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들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였던 프로메테우스를 볼 수 있었다. 겨울이었다면 그 유명한 트리와 아이스링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렇게 노천 까페에 앉아 차를 마시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왠지 나까지 여유로워지는 기분이어서...^^

잠시 1층에서 쉰 후 록펠러 전망대에 올라가 맨하탄의 밤풍경을 내려다 보았다. 뉴욕의 야경을 제대로 찍은 멋진 사진들이 인터넷에 넘쳐나는데, 굳이 내가 카시오 똑딱이로 찍은 후줄근한 사진을 올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다른 사진들도 사실 마찬가지지만, 야경 사진은 더욱 더 심하다.

사실 사진도 사진이었지만, 전망대에 올라가서 내려다본 뉴욕의 야경은 생각보다.....
그냥 생각만큼이었다. 뭔가 "실제로 보니까 상상하던 것 이상이던걸?", 이런게 없었다. 엽서나 티비 화면으로 보던 모습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약간 덜 화려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뉴욕 야경은 배를 타고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는 게 더 아름다운 것 같고, 전망대는 이른 새벽 해 뜰 때 올라가는 것이 훨씬 좋을 듯 하다.

전망대를 밤에 갔더니 센트럴 파크는 그냥 움푹한 구덩이로 보이고, 모처럼 내려다 보게 된 도시의 윤곽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새벽녘에 올라가 강과 바다를 물들이는 붉은 태양을 맞이하고, 잠에서 깨어나는 센트럴 파크를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다면 정말 멋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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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는 길. 주요 관광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마차도 있었고, 버스파티를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버스 파티를 뉴욕에서도 할 수 있는 줄은 몰랐다. 이용객들은 대부분 라틴계 사람들. 특정 국가의 문화가 아니라 특정 민족의 문화인건가?

밤이 깊어서야 끝난 혼자만의 산책을 끝으로 2주간의 일정을 마치게 되었다. 다음 날은 피로를 풀고 바로 공항으로 직행했기에 아무런 기억이 없다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수면욕을 이기지 못하더라.

그래도 뉴욕에서 보낸 두 번의 밤을(파나마 가는 길에 1박, 파나마에서 돌아오는 길에 1박) "환승 목적으로 잠시 다녀간 관광객" 수준에서는 꽤나 알차게 보낸 것 같다. 센트럴파크에서 자전거 수레도 타보고,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도 감상하고, 브루클린까지 다녀오는 씨티투어 버스도 타보고, 현지의 교회에서 예배도 드리고, 센트럴 파크에 다시 갔다 소나기를 흠뻑 맞기도 하고, 혼자서 몇 시간이고 걸어보며 도시의 이곳 저곳에서 다양한 향기를 맡기도 하고....사실 이런 경험을 짧은 시간에 다 할 수 있었던 건, '잠깐 다녀가는 것이니 최대한 많은 것을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뮤지컬 티켓을 비롯한 각종 관광요금을 아끼지 않았던 덕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다른 여행지에서 몇 주는 넉넉히 지낼 수 있는 돈을 뉴욕에서의 이틀밤에 쏟아부은 게 조금 후회스러울 때도 있지만, 뭐 어떤가. 이런 여행도 있고 저런 여행도 있는 것이니 가끔은 알뜰한 여행 대신 소모적인 여행을 할 때도 있는 것이다....라고 생각해 본다. 그렇지만 한동안 카드 대금 갚기가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이 도시의 첫인상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나같이 잠깐 지나가는 사람 말고 오래 머물러야 하는 사람에게도 매력적인 곳일지 궁금하기도 했고.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여유롭게 시간을 내서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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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 20080712-저녁 혼자 걷기 :: 2010/05/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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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이어지는 글이다. 2년 전 일을 여태 쓰고 있다니. 2008년 9월 자카르타 다녀온 것과 2009년 캘리포니아 휴가는 과연 언제 정리할 수 있을까?

아무튼, 2주 간의 파나마 트레이닝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뉴욕!! 먼저번 묵었던 맨해튼브로드웨이 호텔의 높은 가격(과 수준 낮은 서비스)에 깜놀했던 나는 이번엔 저렴한 호스텔을 찾아내서 들어가게 되었다. 아쉽게도 여행 후 시간이 많이 지나서 정확한 이름과 위치를 잊어버렸다. 브라이언트 파크 근처였다는 것 밖엔.....

보이는 것처럼 침대 하나만 들어가는 작은 방이지만, 어설픈 호텔보다 위생적이고 안락한 곳이었다. 어차피 20시간도 못 지내고 나갈 곳인데 뭐. 주로 일본인들과 한인 여행객들이 이용하는 이 곳은 맨하튼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어서 잠만 자면 그만인 나그네들에게는 딱 맞는 곳인 듯 하다. 단점이 있다면 뭐...대개의 호스텔이 그렇듯이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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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야 할까 고민하다가 우선 숙소에서 가까운 브라이언트 파크로 갔다. 벌써 날이 많이 저물어 있었지만 그래도 잔디밭에 앉아 신문 읽는 사람들, 낮잠도 아닐텐데 찬 데 누워 쿨쿨 자고 있는 사람들(감기들라...홈리스인가?), 친구들과의 수다로 여유로운 주말 저녁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찬 공원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플래쉬를 터트리면서까지 사진을 찍고 싶지는 않았기에, 불이 환히 밝혀진, 눈에 익은 분수에서만 살짝 한 컷. 프렌즈 타이틀 촬영한 곳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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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트 파크와 공립도서관을 지나 42번가를 따라 동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서울에 있는 그 어느 빌딩보다도 익숙해진 크라이슬러 빌딩이 보였다. 워낙 크고 높은 빌딩이 많은 뉴욕이기에 그리 웅장해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보석으로 지은 탑 같은 느낌이 드는 참 아름다운 건물이다. 문도 예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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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쁜 크라이슬러를 바라보며 좀 더 걸어가니 42번가와 Vanderbilt Avenue가 만나는 곳에 Grand Central 역이 있었다. 내가 본 기차역 중에선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고, 금방이라도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자유로운 기분을 느끼게 하는 곳이었다. 다음날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일정만 아니었음, 대륙횡단표를 질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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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번가와 2rd Avenue의 교차로에서 좌회전하여 43,44번가 쪽으로 접어드니 예쁜 북까페가 나타났다.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닫혀 있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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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산책의 중간 목표점으로 잡았던 UN 본부에 도착했는데, 이제 정말 햇빛이 하나도 없어져 버려서 그림자같은 모습밖엔 볼 수 없었다. ㅠ.ㅠ 뭐.....또 올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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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 20080628-밤 졸면서 탄 2층 버스 :: 2009/04/15 11:23

너무 멋졌던 뮤지컬 시카고. 뮤지컬이 끝난 후 아저씨들은 피곤하다고 숙소로 돌아가셨는데 난 숙소로 돌아갈 맘이 생기지 않았다.

"내일 파나마 가는 비행기에서 실컷 자면 되지 모...."

그래서 무작정 사십몇번가에서 출발하는 빨간색 2층 투어버스표를 사고 야경 구경을 시작했다. 돈을 너무 아끼지 않고 많이 쓰신거지...지금 와선 얼마를 썼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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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탄 버스는 다운타운과 브루클린을 도는 노선. Gray Line이었다. 무슨 다른 버스도 있었던 것 같은데 경쟁업체끼리 길에서 마주칠 때마다 Gray Line의 가이드가 "Woo~"하며 야유를 부추겼던 기억이...유치하지만 뭐, 사람들은 재미있어 하더라. 이 버스 2층에 탔는데 나뭇가지에 다치지 않도록 은근 조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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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출발하기 시작한 버스. 타임스퀘어 주변은 너무 막혀서 한동안 빠져나가기가 힘들었다. 그나저나 2층버스 난간이 별로 높지 않다. 졸다가 휘청하면 자칫 위험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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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본 것과 또 다른 타임스퀘어. 밤이든 낮이든 정이 안 가는 모습.브로드웨이와 7 Avenue 교차점을 지나 7 Ave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중. 맨해튼 같은 직교상 도시는 좌표 파악하면서 다니는 재미가 쏠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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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Ave와 42rd street만나는 사거리에서 42rd로 좌회전 중....인 듯.
당시엔 생각 안하고 그냥 다녔는데 그래도 다 기억하는 방법이 있다.
우선 사진의 표지판을 보니 7 Ave가 맞고, 버스 난간 각도와 사람들 앚은 방향를 볼 때 좌회전이 맞다. 나는 어디 여행 다닐 때 사거리에서 표지판 찍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형편상 열심히 메모하면서 천천히 다니기 어려운 여행일 때는 일단 사거리 표지판들만 열심히 찍어두어도 나중에 내가 어떤 Route로 다녔는지 다시 지도에 그리기가 쉬우니까. 제일 좋은 것은 그때 그때 잘 기억하는 것이지만.

그런데 이 사진은 달리는 차 안에서 대충 찍어서인지, 표지판이 부실했는지 몇번째 Street인지는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사진 바로 다음에 찍은 사진(너무 흔들려서 올릴 순 없지만)에 담긴 거리가 혼자서 산책한 42번가와 똑같은 모양이었기 때문에(크라이슬러 빌딩 덕에 기억하기가 아~주 쉬웠다.) 음..42번가로 좌회전했구나, 했다.

별것도 아닌데 오래 쓰는 것은, 그냥 내가 이런 것을 좋아하기 때문..전혀 유용한 정보는 아닌 것 나도 알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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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ps.google.com 들어가서 7 Ave를 따라 내려가다가 42rd 만나서 좌회전할 때의 지형지물 사진을 찾아봤더니 내가 다닌 길이 맞았다. 재미있었다.
별건 아니지만 나한텐 즐거운 놀이. 머리로 지도 그려보고 실제로 맞는지 확인해 보는 것. 그나저나 찍을 땐 몰랐는데 저 사거리에 마담 투소 박물관이 있었는 모양이다. 간판이 보이넹....뭐, 알았어도 안 갔겠지만.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 똑같이 만들어둔 게 뭐 재미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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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눈을 부릅뜨고 표지판도 찍어가며 열심히 지켜봤지만, 정작 열심히 지켜보고 즐겼어야 할 후반부에는 너무 피곤해서 제대로 보질 못했다. 사진도 달리는 버스 안에서 졸면서 찍었으니 죄다 흔들리고.
북적북적한 야시장같은 거리도(아님 축젠가?), 맨하탄 다린지 브루클린 다린지의 입구인 것 같은 유명한 장소도, 맨하탄 다리에서 바라본 브루클린 다리도, 브루클린에서 바라본 맨하탄 야경도, 어렴풋이 좋았다는 기억은 나는데 다 엄청나게 흔들린 숭한 사진으로만 남아버렸다. 뭐...이번엔 어차피 가벼운 마음으로 들린 것 뿐이니까....이런게 있구나..하고 답사 정도 왔다 생각하면 되지.

새벽 1시쯤인가 투어가 끝났는데 12시쯤부터는 정말 정신없이 졸았다. 덕분에 브루클린에서는 사정없이 나뭇가지에 얻어맞았고, 다시 맨하탄으로 돌아와서 록펠러 센터 근처 쯤을 지날 땐 졸다가 휘청해서 정말 2층 버스에서 굴러 떨어질 뻔 했다. 그리니치 빌리지나 소호 같은데는 분명 지나갔는데 기억이 거의 안난다. ㅠㅠ. 일행도 없이 혼자 관광 버스에 앉아서 상모 돌리고 농악놀이하며 자고 있는 초췌한 동양 여자...숭하다. 길거리는 온통 토요일 밤을 불사르려는 젊은이들로 가득했는데 난 훤히 보이는 2층버스에서 잠이나 자고 앉았고.... 근데 이 버스 타고 다니면서 내가 구경을하는건지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버스탄 관광객을 구경하는건지 헷갈리더라. 그래도 다음에 방문하면 한 번은 더 탈 것 같다. 하루 정도 이거 타고 시내를 전체적으로 훑어본 후 맘에 드는 곳을 차례로 다니면 좋을 것 같아서.

어쨌든 투어는 무사히 끝났고, 타임스퀘어 쯤에서 내려서 6~7블록 정도 걸어서 호텔로 돌아갔다. 사람이랑 차로 꽉 차서 택시로 가긴 어렵겠더라...그런데 타임스퀘어 조금만 벗어나니 은근 으슥해서 좀 겂났당......덩치 큰 아저씨들만 모여 있는 곳 지나갈 때는 괜히 통화하는 척 전화기 붙잡고 헛소리를 지껄이기도. 어쨌든 1시 넘어 숙소에 도착해서 죽은 듯이 잤다.


<정리>
12시간 동안 꽤 많이 돌아다녔다. 돈 많이 쓰면서...
평소의 나라면 안 그럴텐데, 하루만 있을건데 뭐...하면서 센트럴파크 인력거 값, 뮤지컬 관람비, 투어버스비 등을 거침없이 지르고 카메라까지 그냥 사버렸다. 출장비 남을 것을 여기서 다 써버린 듯. 잘 모르고 예약했던 숙소비도 만만치 않았고.......정말 뭔가에 홀린 듯 경제관념을 저 멀리 던져두었다. 2주간 파나마에서 쓴 돈보다 뉴욕에서 각각 1박씩 도합 2박하는 동안의 비용이 더 많았다. 생각해보면, 새 직장에서 업무에 적응하느라 이런 저런 스트레스가 심했던 시기라 잠시 정신줄을 놓았던 것 같다.
부끄러워서 내용을 적을 수도 없는 비용지출이었다.

이번에 여행사진을 정리하면서 절감한 것은,
1. 여행비용, 여정, 느낌 같은 것은 곧바로 정리, 기록해야 한다는 것과 2. 예쁜 곳에 갔으면 예쁜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

여행비용을 잘 정리해가면서 여행해야 쓸데 없는 지출을 줄일 수 있고, 여정을 잘 정리하면 다음 여행을 잘 꾸리는 데 도움이 되고, 느낌을 잘 기록하고 좋은 사진을 남기면 같은 비용을 들인 여행도 훨씬 더 깊이 누릴 수 있다. 이 얼마나 경제적인가. 개념 없는 여행을 해보고 싶었던 욕망은 충분히 충족되었으니, 이제부터는 개념찬 여행만을 하리라.

그랜드캐년이나 대만의 화련 같은 곳을 갔었을 때는 똑딱이로 대충 찍어도 뭔가 멋있어 보이는(기준이 매우 낮은 내 눈에만)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그리고 좋은 사진을 찍는 것보다는 맨 눈으로 열심히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진 찍느라 편히 구경 못하고 멀미하는 애들 볼 땐 더더욱.

그런데 뉴욕을 다녀오고 나서 그런 생각이 많이 수정되었다. 골목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느꼈던 그 즐거움들이, 사진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아서  내가 정말 다녀오긴 다녀온건지 헷갈리더라는....그리고 그렇게 퍼부은 돈들이 아까워지더라는....."아주 좋았다"는 기억과 핵심적인 장면 몇몇 외에는 남는 것이 없어지는 것이다.

맨 눈으로도 열심히 보고, 좋은 사진도 많이 남기는 여행이 좋은 여행인 것 같다. 이제부터 사진 배워서 나중에 여행 다닐 때는 조금이라도 더 좋은 기억들을 남겨야지....

그래서 어제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셔터속도, 조리개 여는 정도, 필름의 감도, 이른바 노출의 트라이앵글에 따라 사진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아직 몇 장 안 읽었지만 재미있다. 남자친구 카메라로 실습도 해보았는데 정말정말 신나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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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 20080628-낮 센트럴파크& 뮤지컬 시카고 :: 2008/09/29 17:49

1. 뉴욕에 가게 된 이유

7월 초에 파나마에 출장을 가게 되었다. 인천에서 파나마로 가는 직항이 없어서 어딘가를 경유해서 가야만 했는데, 마침 작년에 귀찮은 절차를 다 밟고 미국 비자를 받아놓은 터라 대한항공으로 뉴욕까지 가서 콘티넨탈 항공으로 갈아타고 파나마로 가는 route를 선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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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어느 도시를 경유하든 인천에서부터 기본 12시간이 넘는 비행을 하게 될텐데 내리자마자 또 파나마까지 몇 시간의 비행을 하는 계속하는 것은 너무 피곤할 것 같았다.

작년에 LA 다녀올 때 직항을 못 타고 UA 나리타 경유편을 이용했었는데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너무 지쳐서 나리타 공항에서 굉장히 추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던 기억을 되살리니 더더욱.....잠깐 미국에서 쉬고 구경도 하면서 재충전을 한 후 비행기를 타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은 비행기만 갈아탈 때도 짐 다 챙겨서 나온 다음에 다시 수속해야 하고 어차피 번거로우니까.

애틀란타 경유가 가장 빠른 노선인 것 같긴 했지만, 잠시 쉬고 갈 생각을 한 이상 경유지는 뉴욕으로 정했다. 나중에 본격적으로 뉴욕 여행을 해보고 싶은데, 그 전에 잠깐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고...(애틀랜타 볼 것 없다는 용주의 말도 큰 영향을...)
그래서 뉴욕 경유를 결심하고 이리 저리 표를 찾아보니 의외로 애틀랜타 경유편보다 싼 비행기를 찾을 수 있었다. JFK로 들어가서 Newark로 나와야 하는, 언뜻 보면 복잡해 보이는 일정이지만, 어차피 나왔다 들어갈 건데 뭐... 공항 두 개 구경하면 더 좋지.

자발적으로 24시간 이상의 stop over를 하려고 하면 요금이 비싸질 수도 있으니까, 갈때 올때 각각 21시간 정도씩 뉴욕에서 머물며 가볍게 쉴 수 있도록 여정을 짰다.


2. KE081편으로 JFK 도착, 윌리엄스버그 다리 건너 맨하탄으로

6월 28일 토요일, 새벽까지 6월 Finance Closing을 하고 집에 가서 50분 정도 자고 일어나 11시 비행기를 탔다. 업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환송하며 태워 보냈던 KE081편을 내가 타니 기분이 좀 이상했던....

대한항공 국제선은 처음이었다. 당연하지, 개인적으로 국제선은 항상 가장 싼 할인항공을 이용했었기 때문에 대한항공 뉴욕직항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출장이니까 가능했던 일...
미주노선은 다른 노선에 비해서 기내서비스도 훌륭하고, 개인모니터도 다 달려 있었다. 비빔밥, 비빔국수도 맛있었고...유니폼도 이쁘고. 아무리 생각해도 대한항공은 유니폼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듯.
평소 거래가 있던 공항 관계자 분의 도움으로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는 비상구쪽 통로 좌석에 앉을 수 있어서 몸도 그런대로 견딜만 했다. 그런데 다들 비상구 쪽 좌석이 편하다고들 하는데 나는 이것저것 시키는 것도 많고 앞이 휑하니 뚫려 있어서 왠지 약간은 불편한 느낌이었다.

지루하기만 할 뻔 했던 여행 중에 만난 작은 선물은, La vie en rose!! 한 번 보고 잊을 수 없을만큼 좋아서 돌아가는 길에도 같은 영화를 또 보게 되었다.
채울 길 없는 결핍 속에서 나고 자란 에디뜨. 결핍 속에서만 피어날 수 있는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으로 해결할 수 없는, 근원적 결핍으로의 회귀......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담은 음악.
그런데 그녀는 정말, 후회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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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8일 정오를 살짝 넘긴 시간 JFK 도착, 19$를 내고 수퍼밴을 타고 맨하탄으로 들어갔다. 퀸즈 어딘가쯤일 것 같은 변두리 지역을 지나 윌리엄스버그 다리를 건너서 맨하탄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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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건너로 물 위에 둥둥 떠있는 그 섬을 봤을 때의 느낌은, "영화랑 똑같다!!"는 것.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화려한 위용을 자랑하며 나타난, 많은 사람을 설레게 했던 바로 그 섬이 눈 앞에 있었다. 화면에서 익숙하게 접하던 여행지에 직접 찾아가면 생각보다 초라한 모습에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여기선 전혀....똑딱이는 액정이 고장나고 달리는 차 안이라 제대로 찍을 수 없어 아쉬웠다. 대신 maps.google.com에서 윌리엄스버그 다리 위에서 바라본 맨하탄 풍경을 퍼왔다. 나 구글 지도 서비스 정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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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탄 수퍼밴(이름만...걍 여러 사람 모아서 수송하는 봉고다.)은 다운타운 이곳 저곳을 지나 손님들을 각자의 호텔로 내려주고 있었다. 뭐든지 다 이뻐보이더라...맨하탄으로 들어가는 관문에서부터 오길 잘했다는 생각과 설레임으로 마음이 뿌듯해졌다.

3. 숙소 도착, 호텔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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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구한 숙소: 6월 28일 아침 비행기를 타야 했는데, 6월 27일까지도 회사 일이 너무나 많아서숙소를 구하지 못했다. 같은 사무실에 계시던 재신 샘이 보다 못해 숙소를 함께 알아봐 주시기 시작했고..(쌤, 감사). Priceline에서 Soho에 있는 Hoiday Inn을 220$까지 Bidding 했는데 입찰에 실패한 것 같아서 교통이 좋은 것 같은 Manhattan Broadway Hotel(west 38th St. 7th ave와 8th ave 사이)을 예약하게 되었다. 예약할 때 봤던 사진들은 대략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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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작지만 나름 깔끔하고 귀여운 건물에 방도 아늑하네...하고 생각했었다. 사실 숙소따위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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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실상은....이랬다. 안 그래도 이름 없는 호텔이라 수퍼밴 기사는 엉뚱한 데 내려주고, 트렁크 끌고 겨우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이렇게 허름한 건물이 떡, 버티고 서 있었다. 방도 창문 열면 옆집 벽이었고(그래서 저 위 사진에 저렇게 창문을 막아놓은 것임.) 구조는 사진과 같긴 한데 조명이 훨씬 칙칙하고 위생 상태가 엉망이었다. 이 때 카메라에 문제 있어서 호텔 사진 하나도 못 찍었는데, google 지도서비스 덕에 위의 그림을 건질 수 있었다.

장점은 딱 두 개. 무선인터넷 잘 되고 위치가 아주 좋다. 타임스퀘어나 센트럴 파크 걸어가기는 괜찮았다..... 그러나, 지불한 가격을 생각한다면...
역시 뉴욕은 뉴욕. 후지고 비싸다. 뭐 그래도 재신 샘 아녔음 길바닥에서 잘 뻔 했는데...이게 어디야.
청소 끝날 때까지 나가 있으라고 하기에, 깨갱...하고 나갔다. 오후 3시까지 근처의 조그만 전자 상가에서 필요한 물건을 샀다. 130$에 이쁘장한 빨간색 카시오를 건진 것은 좋았는데, 여기서 산 불량 돼지코 때문에 나중에 파나마에서 노트북이 고장났다. 나중에 다른 건 다 복구되었는데, 10GB에 가까운 실크로드 사진은 죄다 날려버렸다. 중요한 것은 블로그에 잘 남겨두었지만....그래도 짜증이 솟구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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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산 후 휴식을 취했던 스타벅스. 나름 미국 스타벅스는 처음이었는데, 하필 이 지점은 불친절하고 비위생적이었다. 그 때 사진은 안 찍었었는데 기억을 되살려 구글맵에서 정확히 그 스타벅스를 찾아낼 수 있겠다. 주소 보이죠? 가지 마셈...


4. 센트럴 파크, Time Warner Center
다시 돌아온 숙소에서 한국분 두 명을 만나게 되서 짐 풀고 오후 일정은 같이 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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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퀘어는 얼른 지나가고, 첫 시작은 센트럴 파크에서....하루만 묶는 여행이고 심신을 지치게 할 출장일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만큼, 이번 여행은 돈을 아끼지 말고 즐기자는 마음을 먹었던지라 큰맘 먹고 러시아 청년이 자전거로 끄는 수레를 타고 센트럴 파크를 구경했다. 이 분수가 유명하니 구경하라고 내려줬는데...이름이...뭐였더라..^^;; 아!! 베데스다 분수.(네이버에서 발견) 센트럴 파크에선 다양한 Performance도 볼 수 있고,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날씨가 흐렸다, 맑았다 좀 이상하긴 했지만, 그래도...아...좋다...녹색. 물론 사진엔 그 녹색이 안 나오지만....사진 배우자 사진!!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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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한구석에 자리한 스트로베리필드는 존 레논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소인 듯 했다.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기이한 모습으로 사색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어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왠지 그러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IMGINE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조그만 원 주변에는 예쁘게 장미꽃잎들이 내려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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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한 비 때문에 결국 자전거 수레?로 돌아갔다. 이건 뭐 사람이 끄는거니 마차라고도 할 수 없고.....비를 피하라고 비닐 커버를 덮어주었는데 본인은 비를 고스란히 맞으면서 페달을 밟는 뒷모습이 안쓰러웠다. 1달 전에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다는 그는,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니 자기 핸드폰을 반갑게 내밀며 "쌈쑹, 쌈쑹"을 외쳤다....ㅋ...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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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time warner center의 부페식 푸드코트에서 해결!! 아저씨들이 사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 좀 죄송하기도 하고....같은 건물에 있는 서점에서 책 구경도 한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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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미술관 갈 시간은 못내는 짧은 여행이라 좀 아쉬웠는데, 이렇게 서점 앞에서 인상적인 작품을 만나 사진도 찍게 되고!!^^(아마도 데이빗 보위의 얼굴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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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Warner에서 바라다 보이는 Columbus Cir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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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퀘어에서 뮤지컬을 보러 가는 길. 옐로캡과 관광객으로 사정 없이 붐빈다. 보통 어떤 도시를 방문하면 사진이나 TV로 봤을 때보다 이국적인 느낌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뉴욕은 거리 어디를 다니든지 "아, 여기가 정말 뉴욕이구나.."하는 느낌을 계속 받게 된다. 그래서 너무 너무 좋았다. 그 이방인 같은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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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안찍고 넘어가긴 괜히 섭섭한 타임스퀘어..뭐, 그냥...LG 광고판이 더 크네. 정도?였다. 낮에는.
(우)시카고를 상영하고 있었던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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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안은 생각보다 작았다. 여기서 바로 그 시카고를 보게 되었다. 아무 계획 없이 오게 된 곳에서 우연히 만난 분들 따라 보게 된 뮤지컬이었는데, 안 봤으면 어쩔 뻔 했나 싶을 정도로 멋진 시간이었다.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했지만, 전혀 아깝진 않앗다. 멋져멋져. 전 세계에서 멋진 사람들은 다 여기 모아두었나 싶을 정도로 모두가 빛났다. 엑스트라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극장 앞에서 찍은 사진은 많았지만...
내가 나온 사진들은 몰골이 다 추레해서....올릴 수가 없다.ㅠ.ㅠ 앞으론 아무리 새벽까지 야근하고 출장가더라도 꼭 예쁘게 꾸미고 다녀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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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형 | 2008/10/04 16:4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서점 앞의 대형 모자이크 벽화, 데이빗 보위가 맞아요.
    70년대 글램락의 제왕으로 명성을 떨치던 시절의 모습이네요.
    팬으로서 새삼 반가운.. ^^
    뉴욕 거리를 헤매다보면 보위 같은 거물급 뉴요커를 만나는 행운도 있을수 있다죠?
    물론 하늘이 내린 행운이겠지만..ㅋ

    • cordelia | 2008/10/04 18:10 | PERMALINK | EDIT/DEL

      와우, 님 블로그 보니 완전 데이비 보위 헌정판 블로그네요^^ 전 그에 대해서 잘은 모르고 얼굴이랑 명성만 가볍게 아는 수준인데..저 벽화 가까이서 보면 더더욱 멋있답니당...비록 실물로 보는 행운은 없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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