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은 파키스탄 접경지역인 타스쿠얼간에 다녀오는 날이었다.
미니버스를 하루 렌트해서 아침일찍 출발했다.
(마지막 사진이 버스 기사 아저씨. 근데 우리랑 몇 살 차이 안난다. 30대 초반..-.-;; 신장의 버스 아저씨들이 다 이아저씨처럼 친절하지만은 않다는걸 며칠 후에 깨닫게 되었다.)
타스쿠얼간 현에 가려면 카스 시내를 출발해서 파미르 고원을 건너야 한다. 파미르 고원은 세계의 지붕이라고도 불린다는데, 포장도로가 있어서 여행에 큰 무리는 없었고 고원 곳곳의 마을들에서는 이슬람 문화와 몽고 문화가 혼합된 정서를 경험할 수 있었다.
(산사태의 위험 정도야 뭐....얼음이 녹아흘러 길에 흙탕물 홍수가 나서 두시간 정도 멈춰서 있는 것쯤이야 뭐...)
1 시작. 첫 마을.
이름만 들어도 낭만적인 파미르고원^^여기에 들어가려면 통행허가를 받아야 한다. 카스시를 벗어나고 한두시간쯤 달렸더니 위병대 초소가 나왔고 여기서 잠깐 내려서 걸어서 입구로 들어가 검사를 받아야 했다. 다 중국 땅인데도 입국심사를 받는 기분? 뭐 우리도 민통선 같은게 있으니까.
산에 들어가서 처음에는 메마른 모래산, 자갈산이 보이고 흙탕물이 세차게 흐르는 강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나중에는 모래산, 설산과 투명하고 넓은 은빛 호수 등이 보였다. 가장 높은 쿠르봉은 7719m나 된다고 한다. 엄청난 장관이었다. 일단 첫번째 마을에서 한 컷!!^^
풍선아트와 축복송, 간단한 교제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였지만 그래도 기뻤다.
2 일년의 약속
명희 언니가 저저번팀으로부터 부탁을 하나 받았다.
작년에 파미르 고원 가던 길에 어떤 마을에서, 어떤 아이를 만나 사진을 찍어줬는데, 다시 돌려주기로 약속했다고 좀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것이다. 맙쇼사.
난 그게 가능할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고원에 마을이 몇개고 애들이 몇 명인데...
근데, 찾았다.^^;; 그리고 그 사진을 아이에게 전달해주고
그 마을 사람들을 축복하는 시간까지 가질 수 있었다.
완전 놀랐다 나는. ㅋ 내가 좀 원래 냉소적인가?
마지막 사진은...고도가 높아질 수록, 추워질수록, 입이 벌어지는 바깥 경치에 익숙해질수록 점점 다운되어가는 우리팀 모습.^^
3 백사산. 백사호.
이런 저런 경치들이 싱거워질때쯤.
지쳐있던 우리를 깨운건, 백사산과 백사호였다. 꿈인양 다가온 그 자연.
눈 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하얀 구름 속에 하얀 모래산이 나타나고
거울같은 호수가 흰산의 빛과 흰 구름의 빛을 눈부시게 반사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도저히 사진으로는 담아낼 수 없었다.ㅠ.ㅠ
내가 꿈을 꾼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내가 지금까지 본 경치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가장 신비하고 spritual한 광경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사진을 클릭해서 크게 보면 더 아름답다는^^)
가장 맘에 드는 사진^^
흥분하지 않으려던 우리지만 이 경치 앞에서는 광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ㅋ
기념비적인 광경 앞에서 독사진을 욕심내 보았다. 음....-.-;; 산골처녀네 완전.
저 보자기에 너덜너덜한 옷에...
바지는 완전 스님바지라 올리지도 못한다.
이 순간 나는 진정 행복했고..
진정
추웠다.
4 호수마을
신비로운 백사산 못지 않게 아름다웠던 이 호수^^
이 곳 마을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이 맑고 푸르고 시린 호수에 손을 담그고 가지 않으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 가까이 다가갔다. 저 집은 몽고빠오라고 부르더군.^^ 몽골에선 게르라고 한다던데.
호수가 마을에서 보낸 즐거운 시간..*^^* 이 곳 사람들은 모두 선하고 예뻐보였다.
그리고 장사를 하려 들긴 하는데..순박해서 장사를 너무 못한다.
5 정상에서
카슈가르에서 타스쿠얼간으로 가는 길은 파미르 고원의 동부에 속한다. 동파미르의 쿵구르 봉은 파미르고원 전체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데, 그 높이가 무려 7719m. 우리가 지나간 도로는 물론 그만큼은 아니었지만...ㅋ 그래도 사진을 찍은 이 곳은 4000미터는 훨씬 넘었다는거. 도로중에 가장 높은 곳이었다.
만약에 대비해 산소호흡기와 산소통을 들고 갔는데 다들 건강해서 쓸 일이 없었다.
난 고산증까진 아니지만 약간의 현기증을 느끼고 있었는데..사진 찍고 버스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비틀거렸다는 이유만으로 산소호흡기 실험대상으로 낙찰 되었다. 정말 어지러운 사람은 명희언니였는데 언니는 그냥 눈 감고 있었고 난 눈 뜨고 비틀대니까 그렇게 되어버렸다.
다들 산소통을 써보고 싶었나보다.
조작 실수로 물이 코 속으로 들어가는 소동도 겪고, 우여곡절 끝에 산소를 마셔본 결과.
음 효과 굿~~ 어지럼증 한방에 쏴악~! ㅋ 이것도 경험이라면 경험인거지.
내가 마신 후 다들 10초씩 마셨다. ㅎㅎㅎ
내리막 길에 본 경치들도 이렇게나 절경이었고..
6 아름다운 타스쿠얼간
드디어 몽고빠오가 오밀조밀 모인 타스쿠얼간 현에 도착했다.!!
마을에 내리기 전 여기까지 온 기념으로 버스에서 찰칵
타스쿠얼간 현 어귀에서....민규야, 읽어봐. 뭐라고?
무조건 화장실을 찾는 우리를 가소롭다 처다보는 타스쿠얼간 오리들. 화장실 광경은 도저히..올릴 수가 없다. 다만..광활한 초원 한 가운데, 삼면이 막힌 어떤 공간이 있다고밖에는. 사면이 아니라, 삼면. 중요한 것은...그래도..썼다는거.
무너진 옛 성터. 그 옛날 이 곳에서는 비단이 오가고 향료가 오가고 그랬겠지?
꿈을 꾸었다. 비단보다 귀한 그 무엇으로 이곳이 다시 화려해지는 꿈을..
넓은 초원...
몇몇 친구들이 "이런 곳이라면 살 수도 있겠다."라고 하자
"너넨 여기서 3일도 못 살거다"라고 못박던 류전도사님이 갑자기 생각난다.^^
모두가 화장실을 찾는 동안, 기타를 꺼내어
홀로 타스쿠얼간에 계신 하나님을 찬양하던 종빈이.
검은 바닥에서 맑게 흐르는 물. 오묘한 색의 조화가 신비했다.
하얗고 맑은이 아니라..검고 맑은.. 아무튼 하천이나 웅덩이의 느낌과 색감이 상당히 신기했다.
맑은 물 하면, 깊은 계곡에서 졸졸 흐르는 물이 생각했는데
이 초원에서는 맑은 물이 평원에 강처럼 흐르고 그 양감, 질감, 색감이 한국의 맑은 물과는 사뭇 다르다. 검고 푸르고 부드럽고 강하고 풍성한 그 물줄기.
때로는 말이 풍덩이기도 하는 그런 강..
우리는 이 곳에서도 사람들을 만나고, 사귀고, 교제하고, 찬양했다.*^^* 초록 치마를 입은 영롱이 왼쪽의 청년은 19살이라는데, 우린 정말.. 몰랐다.
초원에서의 기쁜 시간을 뒤로하고 나온 타스쿠얼간 현의 중심 거리. 시골읍내보다도 작다. 북경에서 수천 키로미터 떨어진 이곳. 초원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타지크 족이지만, 그래도 현의 중심가에서는 한족의 냄새, 중국의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서서히 신장 음식에 질려가던 우리는 한족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돌아갈 준비를 했다.

돌아가는 길에 찍은 설산. 제 1봉인 쿵구르 봉은 아니었던 것 같고 두번짼가 큰 산이엇다. 꼭대기는 채 보이지도 않았지만..너무나 아름다운 산이었다.
하루 종일 사진을 너무 많이 찍어 오후부턴 모든 광경을 머리와 마음에만 간직해야 했다.
우리는 돌아가는 길에 얼음물이 녹아 흙탕물 산사태를 이룬 도로에서 한 시간동안 서 있기도 했지만, 무사히 여정을 마치고 카스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저녁 먹을 시간까지 생길정도로 여유롭게 도착했는데,..
왕복 12시간 거리는 당일치기로 소화하는 내공이 쌓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43시간의 기차 여행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를 강하게 만들었던 듯...^^
그저 왕복 15시간 이내의 거리는 당일로 다니겠거니..
20시간 여행은 껌이겠거니..이런 배포가 생겼다.
*^^*
아무튼 8일째 타스쿠얼간에서의 일정을 마치면서 한없는 서운함이 밀려왔다.
"왠지 사역과 여행의 정점을 찍고 돌아가는 기분이다"라는 성식 오빠의 말이
가볍게 넘겨지지 않았다.
남은 여행이 무의미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파미르 고원이 특별했기 때문에 드는 생각일 거라고
그렇게 나를 위로하며 카스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