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차를 타고 새벽 어두움 속에 도착한 통영...악천후를 무릎쓰고 배를 타고 간 소매물도. 그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등대섬의 모습은 정말...................나에겐 감동이었다.
잊기에는 너무 아쉬운, 아름다운 통영의 이야기
이제 좁은 싸이를 벗어나 큰 집도 장만했으니, 이제부터 하나씩 풀어볼까나?
1. 여행의 시작. 새벽 통영의 항구 03:00~03:10(클릭해야 보여요)
원래 3-4명이 함께 가려 했으나 출발 직전까지 멤버가 확정되지 않았던 통영 여행. 결국 수빈이와 둘이서만 금요일 밤 야간버스를 타게 되었다.
사실 수빈이와의 여행은 이번이 2번째. 대학 2학년(wow정말 어렸군하)때 함께 춘천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 때도 새벽에 경춘선 첫차를 타고 출발했었는데 이번엔 아예 야간 열차를 타고 새벽에 도착해 하루 종일 여행을 하게 되었다.
솔직히 지나치게 적극적인 나의 여행성향에 수빈이가 매번 말려든게 아닌지 좀 미안하기도 했지만...어쨌든 빈, 자네는 너무너무 멋진 여행파트너라는거~
운좋게도 남부터미널에선 통영행 우등버스를 일반버스 가격으로 탈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되어 적어도 오가는 길만은 몸편히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버스를 타기 전 배를 채우러 들린 패스트푸드점에서 내가 펼친 것은 여행정보 꾸러미. 1일짜리 여행을 위해 1권 분량의 여행정보를 인쇄해온 나도....참.....-.-;;
간단한 식사 후, 11시가 넘어 버스에 몸을 실은 우린 대화하다 졸다를 반복하며 4시간이 좀 안되는 시간을 보냈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가 뚫려서 이제는 너무 가기 쉬운 곳이 된 통영. 3시간만에 사천에 잠시 정류한 후 1시간이 채 못되어 황량한 통영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우린 버스터미널에 택시가 늘어서 있는걸 보고 흥분해서 돌아갈 차편 예약해야한단걸 잊고 바로 올라탔다. 택시 아저씨는 서울서 통영까지 뭣허러 왔냐며, 볼거 하나 없단 말로 우릴 좌절시켰다. 어쨌든 우리가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통영의 어판장. 새벽의 해산물 경매를 보기 위해 선택한 곳이지만, 아직 새벽 3시를 갓 넘긴 시간이라 사람이라곤 우리들 뿐이었다. 고깃배를 기다리며 바라본 바다는 고요 그 자체였다. 하지만 기대감만은 충만했던 시간.
2. 춘성호와 경매 03:10~04:40(열어보려면 클릭)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큰 배가 한 대 들어왔다. 그 이름하야 춘성호!!
ㅋㅋ 사실 저 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난 계속 여행정보를 읽으면서 여행계획을 짜고 있었다.
와....무엇을 보게 될까 어떤 하루가 펼쳐질까? 하고 기대하면서^^
이것이 바로 춘성호!! 그리고 후광에 얼굴이 가린 나의 여행 파트너^^
춘성호의 불빛과 새벽 어두움의 충돌
드디어, 드디어, 아저씨들이 뭔가를 배에서 뭔가 꺼내시려 하신다. 뭘 잡아오신건지 잔뜩 기대하며 기다렸다.
물건을 내리시면서 아가씨들은 어디서 왔냐고, 뭐 볼게 있다고 여기까지 왔냐고 물으시기도 했다. ㅋㅋ 먼 바닷가에 와서 어부 아저씨들이랑 대화도 나누고 하니, 진짜 여행 온 기분.
아저씨들이 밤을 새서 잡아오신 것은 바로...바로....수천만 마리의--;; 꼼장어(뱀장어인가?)
보통때 봤으면 징그럽다고 난리였겠지만, 하도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걸 보니 징그럽지도 않았다.
내 평생 본, 그리고 앞으로 볼 꼼장어를 이 날 하루에 다 본 것 같았다. 윽...
다시 사진으로 보니 좀 징그러워서 작은 사진으로 올린다.
사진은 정말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저 큰 배에서 저런 꼼장어가 몇 박스나 끊임없이 나왔다.
꼼장어에 한창 정신이 팔려있었는데, 어느새 경매가 시작되었다. 빨간 모자를 쓰고 있는 분들이 경매 입찰자들. 경매 내내 도대체 어디 있는지 찾기 힘든 사회자가 인간의 소리 같지 않은 독특한 소리를 내며 경매를 주도했다. 사회자 아저씨가 그 알아듣기 힘든 웅얼이는 소리를 계속 중얼이고 있으면 입찰자들이 자기들만 볼 수 있는 몸짓으로 신호를 보낸다. 사회자 아저씨는 그 신호를 알아듣고 낙찰자를 결정하고. 그런데 그 모든 과정을 나와 내 친구는 전혀 못알아듣겠는데, 경매 참가자들은 다 알아듣고 있었다. 신기한 경매의 세계~~~
입찰자들 사이에 낀 내 친구. 경매에서 격한 몸짓으로 사회자에게 신호를 보내시던 입찰자 아주머니.
그나저나, 우리가 본건 꼼장어 배밖에 없는데, 저 많은 경매물들은 어디서 온거야? 펄떡이는 활어들이 아주 많았다. 사진으론 찍지 못했지만..
펄떡이는 활어 경매물은 못 찍었는데, 경매장 바닥에 덩그마니 버려진 저 물고기는 찍을 수 있었다. 누군가 실수로 바구니에서 흘린 물고기인듯. 육지에선 꽤 값나가는 물건일텐데 말야. 넌 어디서 태어나서 어떻게 살다가 졸지에 잡혀가지고서는 억울하게 경매장에도 못나가고 있는거니? 흠......
3. 서호시장, 파출소, 여객선터미널 04:40~06:50(클릭!!)
배구경이랑 물고기 구경, 경매 구경도 어느 정도 한 시간이 지나니 슬슬 실증나기 시작했다. 우린 위판장(어판장을 다들 위판장이라 부른다.)을 떠나 바로 뒷편의 서호시장 구경에 나섰다. 새벽 5시도 안된 시간이라 아직 제대로 문 연 가게는 없었다. 활기찬 새벽 시장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아직은 아닌가보다.^^;;
서호시장에서 문득 눈에 띈 경매인 42번 가게. 통영 어판장에서도 경매인 42번이라고 쓰여있는 바구니를 많이 봤는데....42번 경매인이 입찰 실력이 좋은가? 혼자 생각했다. ㅋ
막 개점 준비를 시작한 가게들 앞의 생선들. 동동 떠있는건 복어가 맞는데, 딱딱해보이는 저건 뭐지? 갑오징어? 아....잘 모르겠다.
새벽 경매장에서도, 서호시장에서도, 통영시내 곳곳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저 음료차!! 냉커피를 비롯한 여러 음료를 파는 수레가 여기서는 매우 흔한 것 같았다. 인구비례로 따지면 서울 스타벅스보다도 많을 듯.
경매 구경하면서 춥다고 수빈이가 대추차 같은걸 하나 사서 마셨는데..너무 진했다.
아무튼, 아무리 돌아다녀도 시장은 열릴 기미가 안보이고..날은 춥고, 어둠은 무섭고...우리는 서호시장을 또 빠져나왔다. 일단 소매물도 가는 여객선이라도 예매할까 싶어서, 여객선 터미널을 기웃거려보았지만 여객선 터미널 역시 아직 열리지 않았다. 으흐흑..ㅠ.ㅠ 결국 갈 곳이 없어서 여객선 터미널 옆 파출소 담벼락 앞에 여행정보가 담긴 A4종이 깔고 쭈그리 앉아있던 우리. 추위 속에서 떨면서, 경찰 아저씨들이 우리를 들어오라고 해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고 있었는데, 드디어 경찰 아저씨가 우리를 불러주셨다.*^^*
파출소 안에는 세 분의 경찰 아저씨가 밤샘근무를 하고 계셨다. 오호~~ 녹차까지 끓여주시고!! 좋아좋아. 플라스틱 컵에 담긴 녹차는 처음 먹어보지만, 추위에 떨다 마시니 감사할 따름. 이런게 또 여행의 묘미 아니겠어!!
파출소 내부는 왠지 찍으면 안될 것 같아 수빈이랑 나는 몰래몰래 셀카를 찍었다.
5시 20분쯤 되니 몸이 어느 정도 녹았다. 이제는 배표를 사러가야 할 것 같기도 해서 파출소 아저씨들(그래봤자 나보다 어려보였지만)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어판장과 서호시장, 파출소, 여객터미널이 모두 가까이에 있어서 걷기는 어렵지 않았다. 파출소를 나오니, 날이 밝긴 밝아 있었는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ㅠ.ㅠ 흐린 하늘 아래 바람은 차갑게 불고, 빈약한 야자수만 을씨년스럽게 서있고...
배 타고 멀리 나가면 태양에 물든 바다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이런 을씨년스런 풍경이라니.
날씨가 왜이래. 아무튼 여객선 터미널에 들어가서 소매물도 가는 배표를 사려고 기다리는데, 전광판에 자꾸 날씨 때문에 배 못뜬다고 떠서 불안불안했다. 몇 번 다시 확인해보니 어느정도 바람이 가라앉아 배가 뜰거라고 해서 간신히 표를 구할 수 있었다. 우와... 다행다행. 여기까지 와서 섬구경도 못할까봐 조마조마했었다.
6시가 넘어 배표를 사고 나니 이제는 서울로 돌아갈 버스표가 걱정. 아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샀어야 했는데, 으이그~~
통영여객선터미널은 서호시장이나 각종 시장, 어판장과 가깝지만 버스터미널은 내륙쪽으로 좀 깊숙히 떨어져있다. 택시로 한 10분, 15분거리?
수빈이랑 둘이 의논한 끝에 아침먹고 배 탈 시간이 촉박하더라도 택시타고 다시 버스터미널에 가서 버스표를 예매한 후 여객선터미널로 돌아와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글을 읽는 분은 어디든 도착하자마자 돌아오는 차편 미리 수배하는거 잊지 마셔용^^
초스피드로 버스표 사고 오니 어느새 아침 6시반. 새벽에 봐둔 유명한 음식점, 할매우짜집을 찾기 위해 서호시장에 들어섰다. 이제는 시장이 좀 활기를 띄고 있을까 기대하며 들어갔는데 뭐 별로...혹시 우리가 자리를 비운 다섯시에서 여섯시까지가 제일 활발한 시간대인거? 잇...쨌든 길눈 하나는 밝은지라 무리 없이 우짜집을 찾아갈 수 있었다.
우짜면이란게 뭐 별건 아니고, 우동같은 짜장, 짜장같은 우동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면은 일단 우동 면이고 소스는 우동국물이랑 춘장이 섞인 것 같은 느낌이다. 음..난 맛있었다. 막 죽을만큼 맛있었다기보다도 그냥 독특해서 좋았던 것 같다. 통영하면 충무김밥도 유명하지만, 시락국, 꿀빵, 우짜면 등등 유명한 다른 음식도 많이 있다. 아까 음료수 차도 그렇지만, 통영에서만 볼 수 있는 이런 독특한 것들이 여행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줘서 참 좋았다. 우짜면은 가격도 착하고(2천원이었던가?)^^ 빨리 나와서 더 좋았다. 6시35분부터 50분까지 후딱 먹고 7시 배 타러 뛰어가야 하는 우리였기에.....
아무리 바빠도 포기할 수 없는 할매우짜집에서의 기념사진!! 참, 뒤에 호박이 쌓여있어 하는 말인데, 이 집 호박죽이나 팥죽 같은 것도 맛있다고 하네요~~
에효 이제 먹었으니 배시간 맞추려면 죽도록 뛰는 일만 남았네.
4. 소매물도 가는 길. 06:50~08:20(열어보려면 클릭!!) 080306 업뎃
할매우짜집에서 우짜면을 마시다시피 먹고 나니 6시 50분, 배시간까지 딱 10분이 남아있었다. 서호시장에서 여객선터미널까지 뛰어가선, 매점에서 프링글이랑 탄산음료 하나 사서 배까지 뛰어가니 바로 출발!! 우리가 탄 배는 매물도 페리호였다. 비진도 매물도를 거쳐 소매물도로 가는 여객선.
모처럼 배를 타고 달리니 이렇게 시원할 수가....흐린 날씨로 인해 그 아름답다는 통영의 물빛을 만끽하지 못한게 아쉬웠지만, 풍랑에 뜨지 못할 뻔 했던 배가 뜬게 어디인가. 흐린 날의 물빛은 그 나름대로 매력적이었다. 사진에는 그 색감이 잘 드러나지 않아, 살짝 내 기억에 남아있는 그 색으로 수정을~~^^;;
비진도에 도착할 때까지는 갑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청정한 남해바다는 흐린 날도 고유의 아름다운 물빛을 발하고 있었다. 버스에서 3시간 자고 새벽부터 노숙자처럼 지낸 나머지 얼굴은 도저히 드러낼 수 없는 몰골.
배를 타고 가는 길에 발견한 너무 너무 귀여운 섬. 꼭 거북이 같다. 저 빨간게 등댄가? 등대라기엔, 등대섬이라기엔 너무 작은데..
병풍같은 섬에 둘러싸인 아늑한 바다인데도, 새벽 사나운 풍랑의 기운이 아직도 조금은 남아 있어 거칠게 느껴졌다.
소매물도 가는 길에 스치게 된 비진도의 해안, 비진도는 두 개의 섬이 긴 모래사장으로 연결된 이쁜 섬이다. 여름 휴가때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곳. 오늘은 그냥 지나갈게~~ 비진도를 위에서 찍으면 참 예쁜데, 지나가면서는 도저히 그 긴 모래사장을 한꺼번에 찍을 수가 없었다.
비진도를 지나고 나니, 갑판에서의 바다구경도 살짝 피곤해지고...잠시라도 졸기 위해서 배 안으로 들어왔다. 파도가 너무 심해서 이러다 배가 조난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될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평안히 쉬는 것같이 보여서 나도 덩달아 안심.
격한 파도를 참으며 얼마나 달렸을까? 배가 출발한지 한시간 이십분만에 고깃배들이 올망졸망 늘어선 소매물도에 정박하게 되었다.!! 꺄아악 기대 기대~~ 날씨가 좋으면, 저 조그만 주민들의 고깃배를 타고 소매물도와 등대섬 주변을 돌아다닐 수 있다. 크게 비싸진 않은 것 같은데, 해경들이 돌아다니면서 어민들이 손님 못 태우게 감시하는 바람에 소매물도 구경의 큰 재미를 놓쳐버렸다. 뭐, 힘든 날씨인 줄 알고도 왔으니까 감수해야지...
자, 이제 배에서 내렸다. 저 앞의 길이 소매물도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정상으로 올라가야만 그 아름답다는 등대섬의 비경을 볼 수 있다. 밑에서는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어떨지,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가 어떨지 짐작할 방법이 없다. 그저, 가방끈 질끈 매고 오를 수밖에. 지금 보기엔 굉장히 평탄하고 재미없는 등산길 같지만, 과연 그럴까?
게으른 블로거, 일상에 치여 허우적거리는 블로거..그래도 to be continued다!! 내 멋대로 블로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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