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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29~080702. 파나마 운하 옆 홀리데이 인. 대형 상선이 눈 앞으로 지나가는 곳. :: 2009/04/26 22:29

#6월 29일 주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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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고 지친 몸으로 탄 뉴욕발 파나마행 비행기. 굉장히 간단한 기내식을 먹고 '27 dresses'란 영화를 보아도 착륙까진 한참 남은 시간....그래도 조는 둥 마는 둥 하다보니 착륙이었다. 빨리 쉬고 싶은 마음에 트렁크를 끌고 미친 듯이 달려가서 입국심사를 재빨리 마쳤다. 아시아 여자라곤 나 하나밖에 없었는데 부스스한 머리하고 전력질주하는 폼이 볼만했을 듯 싶다. 뭐 덕분에 픽업하러 나온 직원분도 빨리 만날 수 있었다.

그러면 뭐하나. 나랑 같은 비행기에 워싱턴 쪽 직원들도 타고 있는데 그 사람들 나올 때까지 기다려서 한 차로 이동한다고 했다. 왜 뛴걸까. 기다릴건데. 나중에 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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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이라는 유쾌한 러시아계 아저씨와 이름 모를 두 명의 여자분과 함께 숙소에 도착하니 어느새 자정이 가까운 시간. 숙소는 홀리데이인. 파나마시티에서 20~30분 거리에 위치한 Clayton(City of Knowledge라고 하기도 한다.)이라는 도시에 있었다. Clayton은 예전엔 미군기지로 쓰였던 곳인 것 같은데 요즘은 적십자나 각종 유엔전문기구, 기타 국제기구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동네가 아주 깔끔하고 조용했다. 파나마 시내에 있는 호텔들은 굉장히 크고 카지노같은 것도 많이 있었는데, 이 호텔에는 객실과 컨퍼런스 룸 외에는 다른 편의 시설이 거의 없고 수영장과 식당도 굉장히 단촐한 편이었다. 호텔밤문화에 대한 기대가 큰 남자 직원들에겐 아주 별로인 곳이었지만, 난 조용하니 좋을 뿐. 저 큰 침대를 혼자 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교육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생각하면...1인실을 배정해주지 않았으면 스트레스로 사직서를 냈을지도 모른다.

! 체크인할 때 카운터에서 사과를 하나 집어왔다. 누구나 먹을 수 있도록 유리 볼에 담아두었는데, 먹는 사람은 나 뿐인 듯 했다. 난 파란 사과가 정말 좋다. 사과 한 개로 고픈 배를 달래고 샤워하고 머리 말리고 침대 속으로 뛰어들어간 후...죽은 듯이 잤다.

#6월 30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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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콜 덕에 간신히 일어나 레스토랑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2주간 지독하게 반복될 메뉴였지만(베이컨, 에그스크램블 나부랭이, 빵과 과일 등등...뭔가 가짓수는 많았는데 의외로 먹을 게 없었다.), 그 날 아침에는 맛있기만 했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창가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데, 바로 눈 앞에 커다란 배가 슬슬 지나가고 있었다. 거짓말, 하고 눈을 비비며 봤는데 정말 배가 맞다. 알고보니 홀리데이인은 운하 바로 옆에 붙어있는 호텔이었던 것. (내 기억에 호텔이 남북으로 뚫린 운하의 동쪽 사이드에 붙어있었으므로, 저 배는 방금 태평양에서 들어와 대서양으로 나가고 있는 것으로 추측됨. 태평양에서 대서양으로 가기 위해 통과하는 거리는 고작 80KM에 불과하다.)
 
말로만 듣던 파나마 운하를 바로 눈앞에서 보게 되니 너무나 신기했다. 사실 파나마에는 다른 볼거리가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파나마 운하가 아무리 보고싶어도 내 돈 내고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출장 덕분에 겸사겸사 볼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홀리데이인은 적적하긴 해도 운하를 코앞에서 볼 수 있는 곳이어서 나에게는 가장 완벽한 숙소였다. 아쉬운 점은 내 방은 수영장에 면해 있어서 운하가 내려다 보이지 않는다는 점.....잉..ㅠ.ㅠ 운하쪽 방에 배정받은 사람들이 너무너무 부러웠다.

첫 날 교육은...혼란 그 자체였다. 처음에 서로 자기소개 하는 시간도 뻘쭘하기 그지없었고, 수업 내용은 도통 이해하기 힘든 것 뿐이었다. 영어로 공부한 경험이 거의 없는 나인데, 게다가 이 직장에 들어와서 Finance관련된 일을 시작한지 3개월도 안된 상태에서....영어로, 이 직장의, 회계에 대한 교육을 받는 것은 3중고나 다름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거의 10년 가까이 된 베테랑들이어서...주눅이 많이 들었다. 게다가 강사가 마케도냐 출신이라 더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벤도르르르르르..이러는데 도대체 뭐야? 하다가 그게 vendor라는 걸 알아듣는데 10만년 걸림.

예정된 교육 시간은 9 to 6. 그렇지만 6시가 훨씬 넘어서야 첫 날 교육이 끝났다. 저녁 먹고 칵테일 파티 장소로 모이라고 공지를 받았는데 너무 우울하고 피곤한 나머지 밥도 안 먹고 방에서 쉬다가 깜빡 잠이 들어 파티에 늦고 말았다. 배는 고파서 속은 쓰리고, 잠이 덜 깨서 현기증 나고 완전 어리버리한 상황 속에서 가방도 잃어버렸다가 호텔 직원 도움으로 겨우 찾고....첫날부터 진상의 연속이구나....그래도 사람들은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2주 내내 느낀 건데, 남미쪽 사람들은 남녀불문하고 친절했고 중앙아시아같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온 남자들은 필요 이상으로 친절했고 금발에 눈 파란 이들은 대체로  새침했다. 솔직히 새침한 정도를 벗어나 거만해 보이는 사람들도 좀 있었다. 아시아인들끼리는 서로 동지의식같은게 형성되어서인지 편안했고.
우르과이와 아르헨티나에서 온 언니들이랑 좀 친해져서 춤도 배우고 수다도 떨다 보니 그래도 조금은 적응한 느낌이 들었다. 그 때 파나마에 이민온 화교인 한 남자직원(이름이....--;;)이 끼어들어서 여러가지 스텝을 가르쳐 주었는데 전혀 멋있진 않았다.

#7월 1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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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도 수업은 여전히 괴로웠다. 9시부터 6시까지 일하는 건, 9시부터 6시까지 공부하는 것에 비하면 정말 쉬운 일이다. 수업이 끝나고 복습이라도 해야하나..심란해 하고 있는데 베트남에서 온 트란과 완이 함께 쇼핑을 가자고 해서 따라나갔다. 쇼핑이라면 정말 별로지만....일단 호텔 밖으로 좀 나가고 싶었다.
파나마에서 택시를 탈 때는 늘 가격을 흥정해야만 했다. 그래서 미터기가 붙어있었는지조차 생각이 안난다. 택시비를 늘 누군가 내 줬기 때문에 가격이 얼마였는지도....^^;;

다만 택시 속도는 잊을 수 없다. 객지에서 뭔일이라도 당하는 게 아닌가 싶을만큼 빨랐고, 풍경 따윈 즐길 여력이 없었다. 겨우 건진 사진이 허접하지만 그래도 올린다.

막상 몰에 도착하니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시내에 있는 몰에 가는 줄 알고 좋아라 따라갔는데 쇼핑몰만 잔뜩 모여있는 의류단지 같은 곳이었다. 정말 옷 말고는 볼 게 없는....물건 살 생각은 애초에 포기했다. 간만에 아시아 음식(중국음식이지만 반가웠다.)을 먹을 수 있어서 좋긴 했다.

특이한 건, 쇼핑몰 안에 회전목마가 있었다는 것. 난 정말 타고 싶었는데 모두들 쇼핑 중이라 포기...

첫 해외출장이라 기대가 컸는데....

역시 일로 오면 일이 우선이 되기 때문에 여행의 낭만 따윌 즐길 여력은 안 생기는 것 같다.
다음날 수업에 대한 걱정이 태산이라 쇼핑을 나와도 사람들이랑 잘 어울리지도 못하겠더라구. 노는 건 역시 주말로 미뤄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된 하루였다.

#7월 2일 수요일-잊을 수 없는 라면의 맛.
수업이 끝난 후 트란, 완의 방에 놀러가 트란이 가져온 베트남 라면을 함께 먹었다. 교육기간 동안 아침과 점심은 호텔에서 주는 밥을 먹으면 되는데, 저녁은 각자 해결해야 한다. 다들 그걸 선호한다고들 한다. 호텔에 처박혀서 세 끼를 먹기란 여간 고역이 아니기 때문에 차라리 식비를 돈으로 받아 밖에서 사먹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유럽이나 미국에서 온 친구들은 저마다 시내로 나가거나 더 좋은 호텔로 나가거나 하고 있었지만, 베트남 언니들은 직접 싸온 라면 먹는 것을 선택하고 친절하게 나까지 초대해준 것. 조리도구가 마땅치 않아 호텔 식당에서 볼과 포크를 빌리고, 볼에 라면을 넣고 뜨거운 물에 불려서 먹었는데 사실, 정말 맛있을 뻔 했었다. 인스턴트라면이야 한국제든, 일본제든, 중국제든.. 어디 것이든 대략 먹을만하지 않나.

그런데 트란과 완이 더 맛있게 먹으라며 무슨 소스를 라면에 부어줬는데 그 소스가 레몬그라스 향이었다...헉...
레몬냄새 나는 라면...뭐라 형언할 수 없는 맛이다. 그 소스가 우리나라 라면 건더기 스프처럼 라면 안에 아예들어가 있는 걸 보니, 거기서는 이렇게 많이 먹나보다. 겨우겨우 한 그릇 다 먹고....조금 힘들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친절은 정말 감사. 새로운 라면 맛을 경험한 것도 나름 의미있는 일이었다.

외국 친구들 사귈 때 그 사람들이 주는 음식 먹으면서 너무 나쁜 표정 짓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 굳이 거짓말을 하면서 많이 먹을 필요는 없지만 "솔직히 내 입엔 아직 잘 안 맞지만, 덕분에 이렇게 신기한 것도 먹어보고 재미있었다." 정도로는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사람들(특히 서양 사람들)은 자기 입에 안맞는 외국 음식 먹을 때 "이게 뭐야, 이런걸 어떻게 먹어?"라고 말하며 음식을 내뱉기라도 할 듯(내뱉기도 한다.) 오만상을 찌푸리곤 하는데....솔직히 이런 사람들이랑은 같이 다니기가 싫어진다. "저는 못 먹겠어요"랑 "이걸 어떻게 먹어?"는 천지차이. 그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우연찮게도 모두 미국, 유럽 등지에서 온 서양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그래? 그럼 다른거 시키자"라고 말하고 말지만 무식하고 촌스럽다고 느껴지는게 솔직한 마음. 동시에, '내가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 중에도 다른 사람을 불쾌하게 하는 것들이 많겠지...'하고 반성하게 되기도 한다.

아무튼 어찌저찌 고통스러운 교육 기간은 벌써 3일이나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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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SON | 2009/07/21 06:1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앗 지금 맨위 사진 그방 까만 의자에서 이거 쓰는 중인데요;;아 신기하다
    리셉션에 사과는 이제 없더군요.
    괜히 반갑군요.ㅎㅎ
    파나마시티 구경나가려고 정보 수집하다가 우연히 보게 되었네요.

    • cordelia | 2010/02/08 16:22 | PERMALINK | EDIT/DEL

      오옷~~!! 블로그를 오래 방치하다 보니, 이렇게 반가운 댓글도 못 보고 있었네요. ^^ 이 댓글, 아마 못 보시겠지만..그래도 같은 숙소 묵은 분 만나서 반가워요!! 사과가 없어졌다니. 1년새 서비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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